0.001% 오차도 불허…반도체 특수가스 강자 원익머트리얼즈 [민지혜의 알토란 中企]

입력 2024-02-05 13:50   수정 2024-02-05 17:17


"반도체용 고순도 특수가스를 정제하고 혼합하는 게 우리의 특장점입니다. 이를 토대로 수소와 저탄소용 특수가스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쥘 겁니다."

국내 1위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특수가스 제조업체인 원익머트리얼즈의 한정욱 대표는 "고순도 정제기술과 오차 분석기술력이 우리의 강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반도체·디스플레이용 가스를 공급하고 있는 이 회사는 연매출 5812억원(2022년)을 내는 코스닥 시장 상장사다.

지난 31일부터 사흘간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코리아 전시장에서 만난 한 대표는 "반도체용 산업가스는 순도 99.999%로 정제하는 게 중요한데 99.998%가 나올 경우 왜 그런지, 뭘 바꿔야 하는지 등을 분석하는 기술력이 가스제조업체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했다. "순도가 왜 달라졌는지 빨리 원인을 파악해야 수율이 올라갈 수 있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원익머트리얼즈는 정제기술은 기본이고 혼합가스의 비율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기술, 신규 합성가스 제조기술 등을 두루 갖춘 회사"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2006년 12월 원익IPS(옛 아토) 특수가스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했다. 2022년 기준 56개의 특허를 냈고 100여종의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이 특수가스는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발광다이오드(LED), 태양전지 등을 제조할 때 쓰인다. 반도체 시장이 형성되던 초창기엔 해외에서 전량 수입하던 것을 2003년 원익머트리얼즈가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한 대표는 올해 전략으로 "생산효율을 증대하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강화, 저탄소용 산업가스 개발 등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반도체 공정에서는 탄소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최근 반도체 회사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 차원에서 친환경 물질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올해는 작년보다 두 배 많은 200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키로 했다. 한 대표는 "매년 100억원 이상 연구진들의 기술 개발을 위해 쓴다"며 "핵심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만 미래 반도체 산업 경쟁에서도 우위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사업 확장도 올해 본격 추진한다. 현재 미국 텍사스에 현지법인을 설립했고 특수가스 제조시설 부지도 확보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는 암모니아(NH3)에서 수소(H2)를 추출하는 기술(크래킹)에 주력하고 있다. 2014년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8년여 동안 공동연구해 하루 500㎏의 수소를 추출하는 장비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충북 충주 메가폴리스산업단지 내 그린수소산업 규제자유특구에서 이 사업의 안전성과 상업성을 테스트하는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500㎏의 수소는 승용차 100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암모니아 수소추출 방식은 분리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아 친환경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저압이송으로 폭발위험이 없고 천연가스보다 가격도 저렴하다. 향후 트램, 지게차, 열차, 선박 등 수소모빌리티 산업 발전을 위해 이곳에서 안전성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안전기준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해까진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인해 전방위로 기업들 실적이 부진했지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한 대표는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엔 가격 하락과 재고 증가로 인해 생산량이 감소됐지만 올해는 그 재고가 다 소진되고 수요도 조금씩 늘고 있다"며 "자연히 가격이 올라가면서 생산량이 하반기부터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증권가에서도 이 회사를 주목하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2024년 원익머트리얼즈의 매출이 3766억원, 영업이익이 572억원으로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며 "높은 현금 보유액, 낮은 차입금 비중 등으로 향후 신규사업 확대 및 기업 인수합병도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대표의 경영철학이 궁금했다. 그는 "인정과 열정"이라고 답했다.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하다보면 자연스레 열정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개인적인 꿈을 묻자 "가족과 세계 여행을 하는 것, 고향인 제주도에서 10대 아이들을 위한 상담·교육 시설을 운영하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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